부산일보 [201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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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1-09-16 11:12 작성자by. supan본문
"숫자 두려움 없앤다" 초등학교에 다시 '주산'
▲ 부산 해운대 반여초등학교에서 매주 토요일 실시하는 '방과 후 교실' 시간에 새롭게 등장한 주산교실. 학생들의 인기가 높다. 김병집 기자 bjk@
"6천429원이요, 3천572원이요, 7천280원이요, 4천782원이요, 5천672원이면?"
1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반여초등학교 토요 방과 후 교실. 20여 명의 초등학생이 권유미(38·여) 교사가 진행하는 주산 암산수업을 듣고 있었다. 고사리 손으로 주판알을 튕기거나 머릿속으로 주판을 그리며 허공에 손가락을 움직이던 아이들은 곧바로 "2만 7천735원이요"라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부산지역 초등학교 70% 방과후 수업에 과목 개설
스마트폰 일상화되면서 집중력 높이는 수단 인식
학생수 전국 35만 명 추산 25일 벡스코서 대회도
1970~198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주산(珠算)이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교육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270명 중 40명이 주산 암산수업을 듣고 있다. 전체과목 중 두 번째로 인기가 높다.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는 부산의 초등학교 70%가량이 주산 과목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산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웬만한 동네마다 한두 곳의 전문학원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주산 국가기술 자격증은 상업계 고등학생들에게는 취직을 위한 필수 항목으로 인식돼 1989년 한 해 응시생만 109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컴퓨터 교육이 강조되면서 상업계 고교 정규과목에서 주산이 사라지고 2001년부터는 아예 국가 주관의 자격증 시험도 폐지됐다.
운명을 다한 것처럼 보이던 주산은 그러나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최신 IT기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오히려 학부모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이들에게 집중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인식되면서부터다.
최근에는 단순한 주산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주산과 암산을 활용한 수학교육으로 방향 전환이 이뤄지면서 수학이나 숫자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주산협회 강상국(46) 회장은 "교재 판매량을 근거로 주산을 배우는 학생 수를 추산하면 전국적으로 약 35만 명 정도 된다"며 "요즘은 전문학원보다 학교 방과 후 교실이나 보습학원, 문화센터 등에서 개설한 주산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힘입어 자격증도 부활했다. 국가 검증에서는 빠졌지만 한국주산협회를 비롯한 민간단체에서 주관하는 각종 대회를 통해 실력을 겨루고 급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 단체 주관 어린이주산암산경기대회에는 전국에서 3천500명의 학생들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부산에서도 오는 25일 벡스코에서 제2회 부산 주산암산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에는 각 학교 방과 후 교실에서 실력을 닦은 학생 3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대회를 주관하는 주산과암산 부산본부 이미예(41) 본부장은 "지난해 처음 대회를 열었을 때보다 100명이나 많은 학생이 참가 신청을 했다"며 "정해진 시간에 문제를 푸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집중력과 끈기가 길러진다는 점에서 주산은 IT 시대에 더 각광 받는 교육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