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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8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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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1-09-16 11:02 작성자by. su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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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고 넣기를 4원이요, 7원이요, 9원이요, 1원이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초등학교의 방과후 교실. 한상미 강사가 숫자를 큰 소리로 부르자 소란스럽던 아이들 20여명이 금세 조용해져 앞에 놓인 주판에 집중했다. 아이들은 주판이 흔들려 오답이 나올까 왼손으로 주판을 꼭 쥔 채 주판알을 놓았다.

한 강사가 숫자 부르기를 끝낸 뒤 정답 맞추기에 들어갔다. “1번에 20, 2번에 35…” 한 강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은 ‘정답’, ‘오산’을 외쳐댔다. ‘오산’이라고 말한 아이들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신당초교 방과후 교실에서 ‘주산’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총 35명. 한 강사는 “컴퓨터, 영어 수업 다음으로 가장 많은 학생이 듣는다”고 했다. 아이들의 반응도 좋다. 1년째 주산수업을 듣는다는 정석환(10·4학년)군은 “주판이 꼭 장난감 같고, 주판알을 만지작거리면서 숫자 공부하는 게 참 재밌다”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 전자계산기의 출현과 함께 사라졌던 주판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한국주산협회는 주산교재 판매량을 바탕으로 주산을 배우는 학생수를 추산한 결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무했던 학생 수가 2005년부터 급격히 늘어 현재 15만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국주산수학암산교육회 김선태 이사는 “서울·경기·인천 지역 1200여개 초등학교 중 400여곳에서 주산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며 “공부방 3000여곳과 중학생 수를 합치면 수도권 내에서만 학생 8만여명이 주산을 배우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상고의 정규과목에서 빠지고 노동부 역시 2001년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 주산부기시험을 없애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주산 관련 자격증도 이에 따라 민간 공인의 형식으로 부활하고 있다. 2006년부터 실시된 연산능력평가시험(한국주산협회 주최)엔 매년 1만 명 정도가 응시하고 있으며 주산평가시험(전국주산수학암산교육회)도 매년 3~4회 실시되고 있다.


◆“두뇌계발에 좋아…” 주판 마지막 세대 학부모들 중심으로 퍼져

주판 부활의 움직임은 방과 후 교실, 공부방 등 아이들 교육 중심으로 시작됐다. 서울 응암초등학교엔 60명의 학생이 주산수업을 듣는다. 역시 영어, 컴퓨터에 이어 제일 많은 숫자다. 장태진 교감은 “작년 처음 실시했을 때는 30명밖에 안 들었는데 가장 빠른 속도로 수강생이 늘고 있다”며 “공개수업을 할 때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참관하는 수업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주산을 공부하는 이유는 옛날과 다르다. 옛날에 상고를 중심으로 취업 때문에 주산을 가르쳤다면, 지금은 두뇌계발과 집중력 향상, 수에 대한 개념을 익히기 위한 도구로써 주산을 활용한다.

세 자녀를 둔 김현연(여·41)씨가 대표적인 예. 김씨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유원재(8)군의 집중력이 약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주산을 가르치면 좋겠다는 동생의 조언을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산을 가르친 지 1년. 10분도 채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던 아이는 이제 1시간씩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다. 덧셈, 뺄셈을 누구보다 빨리 하는 것은 덤이다. 김씨는 “초등학교 6학년짜리 큰애가 자기 수학 숙제를 동생에게 맡기곤 한다”며 “4학년 된 딸애에게도 지금은 주산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서울 연희중학교에서 주산을 가르치고 있는 김인환(여·53) 강사 역시 주산 예찬론자다. 김씨는 “산만한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이 주로 찾아온다”며 “현재 주산교육은 단순히 옛날처럼 계산을 기계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두뇌계발을 위한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주판을 배운 뒤 훨씬 침착해지고 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는 말을 엄마들로부터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주산 교육방법도 80년대와는 다르다. 한상미 강사는 아예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주산 수업 중, 눈을 감고 ‘메트로놈’ 소리를 들은 뒤 울린 횟수를 적게 하는 청각집중훈련을 통해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을 꾀한다. 방현숙 숙명여대 평생교육원 강사는 “주판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논리력, 판단력 등 5~6개 영역을 같이 가르친다”며 “그래야만 두뇌계발을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의 학부모가 주판 교육을 받은 마지막 세대인 30대 중반이라는 점도 주판이 부활한 요인 중 하나다. 아이들이 계산을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서 어린 시절 주판을 배웠던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것. 실제 2003년엔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주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모임까지 만들어졌다. 회원수는 현재 1만2000여명. 네티즌 ‘고집쟁이’씨는 “국민학교 때 배웠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난다”고 썼다. 운영자 ‘대한’씨는 “처음 만들 땐 이 정도로 커질지 몰랐다”며 “시대의 흐름과 맞아 떨어져 이렇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주산교육사 양성 움직임도 활발

학생 수가 늘어나는 만큼 교육자를 양성해내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주산활용수학교육사, 주산암산교육사 등 민간 자격증도 생겼다. 서울의 경우 대표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숙명여대 평생교육원과 동국대 평생교육원. 동국대에서 주산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선태 이사는 “2005년부터 교육을 시작해 지금까지 수료한 인원이 400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실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취업률도 좋다. 동국대 평생교육원 졸업생 400여명 중 현재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에서 가르치는 사람 236명, 문화센터 및 공공기관에서 가르치는 사람 55명 등 대다수가 취업에 성공했다. 다니던 새마을금고를 그만두고 작년 12월 주산활용수학교육사 자격증을 땄다는 심동원(30)씨는 “현재 초등학교, 공부방, 문화센터 등 세 곳에 출강을 나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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